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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여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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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Amy

summer reading,관능적인 여름

책여름 해변에서 책 읽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꽤 로맨틱해요.


뜨거웠던 햇볕이 사그라진 한적한 바닷가,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노을 지는 모습, 잔잔한 파도 소리, 그리고 이 순간을 위해 도시에서부터 골라 아껴 온 “책"까지…


당신이라면 어떤 “해변 책”을 고르시겠나요?

| Martin-Parr / Magnum

혹시 “써머 리딩”이란 단어 들어본 적 있나요? 말 그대로 여름에 읽는 책, 즉 여름휴가 때 가져가서 읽는 책을 말해요. “써머 리딩”이란 개념은 참 오묘하면서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장르도 아닌 것이 장르처럼 존재하거든요.

“써머 리딩”이 하나의 개념, 하나의 단어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여름철에 유난히 잘팔리는(혹은 어울리는) 책은 분명히 있어요. 대부분 공감하실거라 생각해요. 휴양지로 놀러 갈 때 굳이 읽지는 않더라도 혹시 모르니 책 하나씩은 무조건 챙기잖아요? 얇고 가벼운 책, 내용이 무겁거나 어둡지 않은 밝은 책 등으로 말이에요.

이제 다시 그 시즌이 돌아왔어요. 코로나가 풀리며 바다 휴양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시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어요. 비치웨어, 해양 액티비티, 정신없는 여름마케팅까지..

이에 상응하듯 서점들도 하나둘 북캉스 추천 도서를 기획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신이 휴양지에서 읽고 싶을 만한 책들로 말이에요.

여름 에디션 커버로 알록달록 새롭게 단장한 도서부터, 스릴러 소설, 휴양지에서 읽기 좋을 가벼운 에세이집까지. 휴양지 추천 도서, 해변에서 읽기 좋은 책 등 이름하야 “써머 리딩”의 계절입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써머 리딩"

그런데 반대로 작가들은 본인들의 책이 "써머 리딩"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몇몇 작가들이 "써머 리딩"에 대한 견해를 내비친 몇 가지 사례가 있어요. 대부분 긍정적이진 않아요.

Allison Duncan은 써머 리딩에 관해 “피상적이고 표면적인 장르로 생각하고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언급하였으며,

소설 <Fleishman Is in Trouble>의 저자 Taffy Brodesser-Ankner은 트위터에 본인의 책이 “beach read 해변에서 읽는 책”으로 묘사 된 것에 대해 당혹감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저는 읽는 장소나 계절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의 취향이 바뀌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아요.” 라고 말이에요.

| image: Pinterest

"써머 리딩"의 역사

써머 리딩이라는 개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책 <Books for Idle Hours>를 보면 “Summer Reading”의 간략한 역사를 알 수 있어요. 미국 출판책으로 미국 역사에 한정해 쓰였다는 점, 그리고 19세기 시대적 배경의 성차별적인 내용만 감안한다면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저자는 “써머 리딩”은 미국 19세기부터 시작된 개념으로, 주로 여성들이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소설책으로 통용되었다고 해요.

19세기 당시, 인쇄 산업과 관광 문화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중산층이 여름 레저를 즐기기 시작했어요. 덥고 끈적하고, 붐비는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크루즈, 캠핑, 광천수 등 여름 액티비티를 즐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써머 리딩”이란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해요. 책 출판업계에서도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엿본 거죠.

여름 레저의 인기가 많아짐에 따라, 이에 상응하기 위해 출판 업계는 매혹적인 여름 도서를 내놓으려 노력했고, 저속하고 유혹적인 소설, 선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해요. “지성인들이 읽는 7월과 8월의 책은, 그 해 나머지 10개월간 읽는 책 보다 훨씬 더 끔찍한 쓰레기입니다.”_T. De Witt Talmage 목사 

이에 도서 산업은 이를 “허용되는 중산층의 즐거움_Harrington-Lueker ”으로 리브랜딩 하며 대응하죠.

1888년 당시 보스턴 선데이 꾸리에의 편집자이자 소설가였던 Arlos Bates는 여름이 오며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젊은 여성들이 “가볍고 쾌활한 새 옷과 유쾌한 소설”을 갈망하기 시작한다는 “여름 소설”이라는 논문을 발표해요.

“어딘가 그늘진 곳에 매력적인 옷차림의 여성이 우아하게 바느질이나, 자수, 책 읽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은 없습니다.” 작가 헨리 제임스는 “써머 리딩”을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퍼포먼스로 표현하기도 했죠.

현시점에서 읽어보면, 성차별적인 발언이 많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서 읽어본다면 써머 리딩은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뜨거운 감자였음이 틀림없어요.
보통 휴양지에서 읽는 책이라고 하면 가벼운 소설책을 많이 떠올리곤 하지만 저는 바닷가에 소설책을 잘 가져가지 않아요. 왠지 그런 곳은 외부 자극이 많아 소설 속으로 온전히 이입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자기개발서 같은 이성적인 책을 챙기지만, 솔직히 해변에서는 그 어떤 책을 읽어도 상관은 없어요. 왜냐하면 그런 곳에서는 책은 그저 거들 뿐, 사실 우리는 분위기를 읽으러 가는 거거든요. 굳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는 않더라도, 나의 모습에 내가 취하고 싶은 거죠.

| film: Lolita, 1997

"써머 리딩"의 가치
그렇다면 “써머 리딩”은 정말 피상적이고 표면적인 장르뿐인 걸까요? 진지하지 못하고 그저 나의 낭만적인 환상을 채워줄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일까요?

책의 가치를 측정하는 전통적인 방식 중 하나로는 책의 지속가능성을 보는 것이 있어요. 즉 우리 곁에 얼마나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머무느냐 이죠. 그렇기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책들의 가치를 측정한다면 “여름 도서”는 위대한 책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뭇가지 위에서 빛나는 여름 오후의 마지막 햇빛처럼 사라지는 언어에도 가치가 있답니다. ”_The New Yorker, The Invention of the "Beach Read"

평상시에 별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던 “해변에서 읽고 싶은 책”에도 꽤 얽히고설킨 배경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써머 리딩"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와 역사를 가져와봤는데 어떠셨나요?


당신의 “여름 책”은 어떠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나요?


문득 내 주위 사람들의 써머 리딩 리스트도 궁금해지네요.

소중히 다루고 싶은 책인데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 보니 책 표지가 오염됐던 적 있지 않나요? 혹은 대중 속 내가 읽는 책이 무엇인지 보이고 싶지 않던 경험이 있나요? 이번 여름엔 당신의 책을 보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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