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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카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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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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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의 쉬운 웰니스

혼마카세를 아시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테이튠 테이스트메이커이자 뉴욕에서 10년째 살고있는 이민 1세대 사업가 @SiljaNYC, 뉴욕의 실리아입니다. 줄곧 우리나라, 가족, 그리고 회사라는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다가 타지에서 처음 사업이라는 모험을 시작했을 때, 저에게는 minority, '약자'라는 꼬리표가 달리며 엄청난 환경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저는 성인이 된 이후로는 건강한 신체로 중국,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평생을 노마드로 살았고, 지금은 뉴욕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한때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고, 낮에는 입맛이 없어 하루에 겨우 한 끼를 먹기도 했으며, 밤이면 불면증으로 고생했어요.. 무리해서 일하지 않는데도 너무나 피곤하다는 기분이 몇 주씩 지속되기도 했고요.


그러다 이러한 경험은 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그저 밝고 행복한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놀랍게도 제 경험에 공감하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스테이튠 정기 뉴스레터 사이사이로 ‘노마드의 쉬운 웰니스’라는 시리즈를 공유해보려고 해요. 수년간 작성해 온 저널, 리서치한 전문가의 논문, 그리고 저만의 방식으로 습관화해 온 리추얼을 토대로, 어떻게 최선을 다해 매일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관한 팁들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오늘은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효과가 확실한 셀프 케어 팁 하나를 드릴게요. 바로 잘 차려입고, 혼자 고급 레스토랑에 가보는 것.

저는 교제하던 사람이 독일로 발령이 나면서, 2달에 한 번 만나는 장거리 연애를 2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이 60개가 넘는 뉴욕에 살면서도, 외식을 자주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서로가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너무 일과 헬스장에만 치우쳐져 있어 점점 예민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혼마카세’라면서 혼자 오마카세*를 즐긴 경험을 공유해 주었는데, ‘이거다!’ 싶더군요. 

오마카세* - 일본 초밥 요리의 독특한 문화

그래서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혼자 오마카세나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을 즐겨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첫 방문지는 까다로운 입맛의 남자친구가 추천한 Shuko라는, 오마카세만 제공하는 스시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미쉘린3 스타 레스토랑인 Masa Columbus Circle에서 2005년 동료 셰프로 만난 Nick Kim과 Jimmy Lau. 두 셰프는 10년이 지나, 뉴욕의 Speakeasy bar* 스타일 스시 플레이스를 엽니다. 이곳은 Eleven Madison Park, Major Food Group 등 뉴욕 유명 레스토랑 그룹들의 파워풀한 셰프들, Jay-Z와 Beyoncé 같은 탑 아티스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죠.

Speakeasy 스픽이지 바*: 미국의 1920년대 금주령이 내렸던 시절 유행하던, 겉에서 보면 아무런 간판이 없어 아는 사람만 몰래 갈 수 있는 스타일의 바를 일컬음. 금주령이 없는 현대에도, 익스클루시브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이 컨셉을 도입한 바나 레스토랑들이 있음.

예약 시간에 맞추어 주소에 도착했는데 간판도 입구도 없어 당황스레 두리번거리니, 리셉셔니스트분이 비밀스러운 철문을 열고 나와 맞아주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20인석 남짓의 힙한 분위기의 스시 바 풍경이 펼쳐지고, 다른 유명 스시집과는 달리, 야구모자를 쓴 셰프들이 보였어요.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뭐랄까 인당 $300이 넘는 가격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캐주얼한 분위기였죠. 예를 들면, 평범한 스마트 캐주얼로 차려입고 고급 시계 하나 걸친 그런 느낌의 손님들.

혼마카세를 할 때 팁은 평일 레스토랑이 여는 가장 이른 시간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저는 목요일 오후 5시로 예약했는데, 제 담당 셰프분이 이 시간에 오면 셰프도 여유가 있어 스시에 좀 더 신경 쓰게 되고, 손님들과도 소통하기 좋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16간(貫)* 가량의 스시를 먹으며, 각 생선에 대해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보고, 한 접시 한 접시 정성스레 사진도 찍고 했네요. 만약 남자친구나 사업차 일행과 왔다면 상대방에게 결례가 되어 할 수 없었던 일이지 않나 싶어요.


간*: 스시를 세는 단위

현재 Shuko의 오마카세 기본은 인당 $225 정도 (세금 및 팁 별도). 여기에 술과 곁들이는 옵션이 추가 $100-200, 미야자키 와규 비프, 캐비어, 성게알 등을 소재로 만든 큰 접시 역시 몇십 불가량의 추가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뉴욕과 LA의 고급 오마카세가 $400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며 애써 우겨보면서, 저는 기본 메뉴에 뜨거운 녹차를 주문했어요.


저의 최애 스시는 한국어로 줄무늬 전갱이라고 하고 일본어로 시마아지, 영어로 Striped Jack이라고 불리는 생선이었어요. 참치 뱃살 (추토로), 성게알 (우니), 블루핀 참치 (마구로) 등의 전통적인 고급 스시는 먹어봤지만, 시마아지는 처음이었는데 고소하고도 단단해서 씹는 맛이 있지만 질기지 않은 식감이랄까요?


또 한 가지 새로 배운 점은 스시를 손으로 먹는 것이 일본에서는 더 널리 알려진 식 예절이라는 점과 간장은 쌀밥 부분이 아닌 생선 부분에 찍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것.

시간이 지나 손님들이 제법 찼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혼마카세를 하는 사람은 저뿐이었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대견한 느낌이 들고, 셰프도 더 특별 대우를 해준다는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면서 10년째 살면서도 낯선 이 도시에서, 다른 일도 혼자 잘 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그날의 $300은 나를 위한 좋은 투자였네요.


또 다른 외국 도시의 레스토랑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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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ko 레스토랑 웹사이트:https://www.shukonyc.com/

그 외 참고한 자료:
https://nymag.com/listings/restaurant/shuko/
https://www.theinfatuation.com/new-york/reviews/shuko
https://robbreport.com/food-drink/dining/shuko-nyc-tuna-collar-off-menu-dish-1234628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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